자기관리가 대학원 생활의 전부다

학부와 대학원의 차이

대학원 생활을 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어떤 분들은 대학원 생활을 단지 학부 공부의 연장으로 보시는 것 같다. 학부를 졸업해도 아는게 없으니 세부분야의 수업들을 더 들으며 자신만의 전문성(specialty)을 키워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전문성이 키워지는 거였다면 진작에 학부 4년동안 키워졌어야 했을 것이다. 팩트폭행ㅠ 다시말해, 학부 생활을 2년 연장한다고 당신이 4년동안 얻지 못했던 것이 갑자기 얻어지진 않는다는 말이다. 팩트폭행투ㅠ 석사생활 2년의 시간연장 후, 당신은 여전히 2년 전에 하던 취준고민을 다시 꺼내 하고있을 것이며, 2년 동안 무언가를 배운만큼, 무언가는 이미 당신의 머리속에서 잊혀져 있을 것이다. 팩트폭행쓰리…ㅠ

대학원 생활에서 얻어야 할 가장 큰 덕목은 “지식”이 아니다. 여러분이 배웠던 지식은 5년 후면 금방 구닥다리가 되고 말 것이며, 따라서 단지 지식만을 위해 대학원 생활을 한다는 것은 참 비효율적인 시간 교환일 것이다.

또한, 만약 지식을 쌓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어쩌면 고3 생활이나 재수생 생활처럼 공부하는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대학이나 대학원은 학생을 그런 방식으로 가르치지 않는다. 고등학교보다 대학에서, 대학보다 대학원에서 우리는 학교로부터 더 많은 자율을 부여받는다.

그렇다. 자율. 가방끈이 늘어나며 여러분이 얻게되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자율”을 관리하는 방법이며, 구체적으로, 목표를 향해 주어진 자원을 분배하고 시간을 관리하여 자신 스스로를 자가발전하는 과정을 배운다.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라는 격언은 모두가 아는 너무 식상한 격언이지만, 아마 다들 그렇게 코웃음을 쳐놓고는 여전히 대학원에서 “물고기(지식)”에만 집중하는 자신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지식이 안중요하다는건 아니고, 학문과 학문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 둘 다 중요하다.

과연 지금 당신은 대학원에서 물고기 잡는 법을 잘 배우고 있는가? 혹시, 자신에게 열려있는 많은 가능성에 대한 탐색은 게을리한 채, 그저 졸업을 하기위한 무거운 숙제 하나에만 매달리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하기싫은 숙제 + 학위와 나의 소중한 청춘을 바꾸이 위해 대학원에 왔던 것일까? 대학원은 단지 지식을 배우기 위한 곳이 아니다.  5년짜리 말고,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을 얻어야한다.

자유.자율.자발.책임.관리.자립.독립.

대학과 대학원은 학생을 주입의 대상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주체로 완성시켜주는 교육의 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만약 당신의 대학원 생활이 오직 온갖 타의로만 점철되어 있는 환경에 처해있다면 당신의 대학원 생활을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이 마치 프로젝트의 노예처럼 느껴진다거나, 혹은 별로 존경하지도 않는 사수의 수족으로만 이용되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꼭 한번 대학원 생활을 되돌아보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는 주체가 되려고 대학원에 왔지, 누군가의 수족이 되려고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덧: 오해가 있으실까봐 덧붙이는데, 프로젝트가 무조건 나쁘고, 사수의 실험보조를 하는게 무조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 제품에 적용될 수 있는 실전적인 연구를 하고, 또 실험보조 활동을 통해 뛰어난 선배의 사소한 장점들을 내 것으로 가져간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다. 제 뜻은, 본인이 프로젝트나 사수의 노예처럼 느끼고 있다면 본인의 자세든 처한 환경이든 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주인공으로 살기도 바쁜 세상, 어찌 남들만을 좇다가 끝날쏘냐…

자신이 주체가 되는 일은 대학원 생활에서 너무나도 중요하다. (사실 이것은 대학원 생활 뿐만 아니라 인생 전체에서 중요한 일이다.) 자신이 모든 행위의 주체가 되어야지만 대학원에서도 내가 내 연구의 주체가 될 수 있고, 흥미로운 연구들과 함께 ‘참 재미있게 대학원 생활 했어’라며 성공적인 대학원 생활을 마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대학원은 자신이 주체가 되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곳이다.

이제까진 남이 내준 문제를 풀어 남이 채점해주는 삶을 살았겠지만, 앞으론 내가 문제를 내고 내가 풀어 내가 스스로 채점하는 삶을 살게될 것이다.

그 누구도 당신이 하고픈 방향을 제시할 수 없고, 그 누구도 당신의 만족을 채점해 줄 수 없다.

“교수님 저는 어떤 연구를 하면 되죠?”라고 묻는 것은 “교수님, 저는 무얼 궁금해하죠?”라고 묻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질문이다. 마찬가지로, “교수님 저는 어떻게 이 문제를 풀까요?”라고 묻는 것 역시 내 행동의 주체가 나임을 부정하는 미성숙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지도교수는 영어로 supervisor이기도 하지만 advisor이기도 하다. 지도교수를 내가 돕는게 아니라, 교수가 나를 돕는다는 뜻이다. 어쩌면 대학원 생활이란 것은 supervisor 밑에서 시작해 advisor의 곁에서 끝마치는 일인지도 모른다. 처음엔 지도에 따라야겠지만, 결국엔 스스로 우뚝 서야한다.

나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역시 내가 결정해야한다. 시간이야말로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자원이다. 따라서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여러분 대학원 생활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고, 반대로 얘기하면, 대학원 생활을 통해 여러분은 시간관리 방법을 배우셔야 할 것이다. 그것이 어쩌면 대학원을 통해 배운 “지식”보다도 더 오래남는 “지혜”일 수 있기 때문이다.

IT기업가였던 안철수에게 의학 대신 공학이나 경영학을 했으면 더 좋았지 않았겠냐는 질문에, 안철수 왈,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록 그땐 다른 학문을 하고 있었지만 새벽엔  V3를 만들고 낮에는 의학연구를 하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던 순간들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지식은 나중에 없어질 수도 있겠지만 여러분이 그 때 가졌던 태도는 오래도록 여러분에게 남아있을 것입니다. “

돌아와요 촬스… 기회를 줄게…

자기관리가 대학원 생활의 전부다

대학원마다, 연구실마다 천차만별이기에 각자에게 주어진 자유시간의 정도는 모두 다를 것이다. 필자 같은 경우는 출근시간도 없고, 퇴근시간도 없는 자유로운 연구실만 나왔어서, 주로 오후에 출근했었고, 종종 학교를 안가기도 하고 그랬었다. (요즘에도 일주일에 한번쯤 미팅을 위해서만 학교에 간다.) 반면 9 to 9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와 같이 정말 빡빡한 규율 속에서 생활하는 대학원생들도 매우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리됐건 저리됐건, 어쨌든 소비되는 것은 나의 소중한 시간들이다. 그리고 (간섭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분배하고 쓰느냐에 대해 최종 결정하는 사람은 바로 ‘나’이다. 공부만 하고 연구만 하라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대학원 생활 동안 보컬 레슨을 받기도 하고, 헬스를 해 몸을 만들기도 하고, 사진에 취미를 들여 작품사진을 찍기도 한다. 이성친구를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는 일 역시 결코 무시되어선 안되는 인생의 ‘대소사’이다. 한창 청춘에 벌어질 수 있는 이 다양한 일들 중에 무엇을 하고 무엇을 안할 것이냐, 그리고 한다면 얼만큼의 시간을 들일 것이냐, 이런 모든 것을 결정하는 주체가 ‘나’일 것이고, 대학원 생활에선 이러한 자기관리를 배우게 될 것이다.

(어떤 분은 ‘공부할 나이에는 공부에 집중해야해’라고 하시고, 어떤 분은 ‘다양한 경험이 중요해’라고 하시는데, 본인의 성향에 잘 맞고, 그러면서도 같은 시간 분배에 대해 최대의 만족을 누릴 수 있는 결정을 하도록 하자. 정답은 없다.)

일주일 넘게 종일 실험실에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종일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험과 동시에 미드를 시작했다. 실험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보기에는, 한 회에 20분 정도인 미드는 매우 적절하다. 게다가 영어로 되어 있어 놀고 있지만 놀고 있지만은 않은 느낌도 준다. 물론, 한글 자막을 늘 깔아 놓지만. 미드를 보다보면 시간은 20분 단위로 흘러갔다. 때로는 실험이 끝나고 나서도 한 편만 더, 한 편만 더, 하느라 1시간이나 늦게 결과를 확인한 적도 있다. 뿐만 아니라, 보는 예능 프로그램도 늘었다. 긴 실험에 좋다.

눈 뜨고 바로 실험실로 향하는 것도 맞긴 하다. 하지만, 그 시간이 11시쯤일 따름이다. 시간이 애매해서 샌드위치를 사오는 것뿐이다. 샌드위치를 그냥 먹긴 아쉬우니 예능을 틀어놓고 먹기 시작하면 바로 1시간이 흐르고, 실험 결과를 잠시 확인하다가 페이스북을 좀 하다보면 학교 식당 점심시간이 이미 지나있다. 그래서 라면을 먹으러 가는 것이다. 에이, 관두자. 동정이 부담스러운 건 둘째 치고 너무 쪽팔린다. 아니, 그보다, 만에 하나 교수님이 보실라

– 김창대님의 소설,  “과학 논문 과정에 관한 고찰” 중에서…

나도 이런 모습은 아닐까 한번 반성해보자.

사실 이 글은 내 스스로에게 말하는 글이다. 나는 공부에만 집중하기도 버거운 박사과정 생활 속에서 너무나 많은 일들을 벌이고 있다. 주제넘게 이런 꼰대글들도 쓰고 말이다. 내가 해야할 일도 너무나 많음에도 불구하고, 난 페북에 흘러가는 소식들을 읽고 이에 반응하는데 몇시간을 소모하고 만다. 오늘이 지나가면 잊혀질, 결국 몰랐어도 될 그런 떡밥들에 대해서 말이다.

나 정말 잘하고 있는걸까…?

나는 늘 이런 고민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박사과정, 나는 아직도 그 정답을 찾고 있는 중이다. 근데 아마 졸업을 하고 나서도 인생 내내 그 정답을 찾고 있을 것 같다. 결국 모두 내가 결정하고 내가 평가해야할 내 스스로의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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