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을 바꿔 대학원에 가고 싶어요

대학원에 가려하시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은 ‘이제야 내가 하고싶은 전공을 찾았다’며 전공을 바꿔 대학원에 진학하길 원하시는 것 같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제가 가려는 분야 쪽으론 아는 것도 거의 없고 논문 실적 등은 당연히 없는데, 어떻게하면 전공을 바꿔 그 분야의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을까요?’

이쯤되면 당신은 ‘경력있는 신입사원만 뽑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교수는 자신의 전공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을 석사로 뽑고 싶어하지 않는다. 반면 본인은 다른 전공에 속해 있었기에 가려고 하는 분야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 경력있는 신입사원만 뽑는 교수님, 경력이 없는 나, 과연 나는 새로운 전공에 도전할 수 있을까?

그런데, 새로운 전공에 도전하는게 과연 맞는 선택일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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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근데 전공을 왜 바꾸려고 하시는데요?

전공을 바꾸려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다음의 두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1) 지금의 전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2) 가려고 하는 전공이 좋아보인다.

먼저 전공을 바꾼다는 것은 본인의 몇년의 시간을 재투자해야하는 매우 비싼 선택이라는 점을 유념하자. 따라서 그 비용이 큰 만큼 전공을 바꾼다는 선택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전혀 상관없는 전공으로 변신을 꿈꿀 땐 말이다.

(1) 나는 왜 지금의 전공이 마음에 들지 않는가?

아마 ‘애초에 선택이 잘못됐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고3 때 진로탐색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못했고, 점수에 따라 학교를 맞춰가다보니 지금의 전공에 오게되었다는, 그런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스토리.

하지만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전혀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지금의 전공이 나중에 다시 꼭 만나게 되는 일이 있다는 점이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데, 여러분의 전공은 적어도 개똥보다는 더욱 자주, 그것도 더욱 심각하게 그 필요와 함께 미래에 마주치게 될 것이다. 그러니 현재의 전공을 떠날 결심을 하셨다 하더라도 절대 현재의 전공을 헛것으로 만들지는 말자. 만약 지금의 전공을 헛것으로 만들었다가 두번째 전공마저 헛것이 되어버린다면 그땐 정말 멘붕에 빠질지도 모르니 말이다.

“캘리그래피로 뭔가 쓸모 있는 것을 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하지 않았죠.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뒤 매킨토시를 개발할 때 당시의 경험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컴퓨터를 설계하는 과정에서부터 캘리그래피 기술을 적극 활용했으니 매킨토시는 그 기술을 적용한 세계 최초의 컴퓨터인 셈이죠. 만약 그 때 그 수업을 듣지 않았다면 이처럼 다양하고 독특한 서체(font)를 개발해 내지 못했을 겁니다.” – 스티브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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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다녔던 리드대학의 캘리그래피 수업

우리의 인생은 생각지도 못했던 A와 B가 만나고 이를 예상치 못했던 C가 도와주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A,B,C 모두를 내 것으로 소화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버리려고 하는 자신의 전공이 바로 그 A,B,C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러니 현재의 전공을 너무 쉽게 무시해버리거나 불성실한 태도로 낭비해 버리지 말고, 잘 갈무리 하셔서 미래의 무기로 가지고 있으셨으면 좋겠다. 당신의 지금 그 전공이 미래 스티브잡스의 ‘캘리그래피’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99.999%로 당신은 스티브 잡스가 되지 못할 것이다ㅠㅠ

(2) 나는 왜 옮기려는 전공이 좋아보이는가?

여기선 다음 두가지의 바이어스(bias, 편향)에 대해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게 내 적성처럼 느껴진다‘라는 바이어스와 ‘이 분야가 유망하다‘라는 바이어스.

먼저, 가려는 전공이 내 적성처럼 보이는 이유는 어쩌면 현재 내 상태가 매우 불만스럽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새로운 전공에 돌입해보면 생각했던 것만큼 아주 즐겁진 않을 수도 있다. 어떠한 취미도 본업이 되면 스트레스가 되고만다고 했던가. 곁다리로 introduction 강좌들을 들을 땐 그렇게 재미있어 보이던 새로운 전공도, 막상 전문적으로 파고들다보면 이곳 역시 노잼의 벽과 난이도의 벽, 그리고 극한 노가다 노력의 벽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결국 이전 전공이든, 새로운 전공이든, 많은 인내로 배움의 과정을 견뎌내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어떤 분들은 ‘6개월만 배우면 프로그래머로 일할 수 있다.’, ‘1년 코스로 전공을 세탁한다.’ 등에 혹하실지 모르겠지만, 그 어떤 단기코스도 오랜 기간의 학습결과를 따라잡을 순 없다. 그러니 허니문에 빠져 금사빠처럼 새 전공에  마음을 뺏기기보단, 새로운 전공에서도 인내와  고통의 시간이 존재할 것이란 예측 하에 전공 전환의 판단을 고심하셨으면 좋겠다.

노오오력을 하란말야 (출처)

그리고 ‘유망하다’라는 전망도 사실 ‘나에게 유망하다’ 혹은 ‘미래에도 유망하다’란 말은 절대 아니란 점을 명심하자. 비유를 하자면, 지금 유망하다는 전공을 쫓아가는 것은 주식을 살 때 오늘 뉴스에서 ‘이런 종목이 유망합니다’란 소식을 보고 묻지마 주식구매를 하여 10년 뒤 그 결과를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일이다. 이미 현재 레드오션이고, 그 미래는 알 수 없으며, 사실 ‘유망하다’는 정보의 신뢰성마저 의심스럽다.

그러니 ‘유망하다’라는 전망은 철저히 무시하셔도 좋을 것 같다. 지금 전공을 선택한다면 아마도 10~15년 뒤에나 본격적으로 자신의 시대가 열릴텐데, 그 때의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 참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그 땐 내가 페북 중독이 될 줄 몰랐지. 10년전인 2007년, 미국 US News에서 뽑은 최고 유망직종은 다음과 같았다.

내과의사 보조, 공인 간호사, 펀드레이저, 직업관리사, 교육심리학자, 시스템분석가

위의 리스트가 10년 뒤인 2017년 최고의 직종이라는 것에 과연 동의하는가? 예를 들어 ‘직업관리사’는 2000년대 꾸준히 유망직종이라며 리스트에 올랐던 직업인데, 10년이 지난 지금 ‘직업관리사’는 과연 모두의 예상만큼 유망직종이 되어있는가? 그렇다면 현재 유망직종이라 불리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나 ‘인공지능 전문가’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정말 10년 뒤에도 여전히 유망할까? 안돼 내 직업..ㅠㅠ

미국 유망 직종들의 연평균 수입
2007년 US News가 꼽은 미국 유망직종들 (출처)

이제껏 여러분들의 ‘새로운 전공 세탁에 대한 환상’을 깨려 여러 각도로 말씀드려봤다. 요약하자면,

  • 전공을 바꾼다는 것은 매우 비싼 선택이기에 신중해야한다.
  • 현재의 전공도 미래의 무기가 되기 때문에 쉽게 포기해선 안된다.
  • 재밌을 것만 같던 새 전공 역시 고생길과 노오력이 함께할 것이다.
  • 새 전공이 미래에 유망하다는 썰엔 아무런 근거가 없다.

결국, 전공을 바꾸든 안바꾸든, 나를 성공으로 이끌 키워드는 “HOW”이지 “WHAT”이 아니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보통 ‘저 사람은 뭐를 했어도 잘했을거야’란 생각을 종종 갖게되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훌륭한 사람에겐 주제를 가리지 않고 적용될 수 있는 훌륭한 태도가 가장 큰 자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전공 바꾸길 포기하란 얘기?

전혀 그런 말씀이 아니다. 사실 필자는 오히려 ‘현재의 전공에 얽매이지 말고 본인이 하고픈 길을 선택하세요’란 조언을 많이드리는 편인데, 미래에 지나고보면 현재까지 배웠던 지식이란게 참 보잘 것 없었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현재까지 뭘 배웠든 그것은 단지 “교양”일 뿐이기에 미래 선택에 영향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고등학교 때 단지 OO 과목을 조금더 잘했단 이유로 가고픈 학과 대신 현재의 학과를 선택해 후회했던 분들이라면 이 말 뜻을 잘 이해하실 것 같다. 내 선택은 내가 하고픈대로 하는 것이다. 컨설팅 결과처럼 하는게 아니라 말이다.

다만, 지금까지 드린 말씀은 현재 전공을 실패로 규정해 버리기 앞서 지금까지의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고, 새로운 곳에선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근자감을 경계하며, ‘유망하다’와 같은 근거없는 말들에 흔들리지 않는 선택을 하시라는 바람에서 드려본 말씀이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으시다면 하시라. 방법에 있어 현실에 발을 딛고 위대한 꿈을 꾸는 것만이 여러분의 가랭이를 찢어줄 것이다 포부를 실현시켜 줄 것이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여러분은 지금의 전공 말고도 두세개의 “전공”을 더 만나게 될 것이다. 지금의 전공 전환 고민 역시 이러한 필요에 따라 느끼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금 버리려는(?) 현재의 전공, 새롭게 시작하려는 미래의 전공 모두 내가 인생을 살면서 어차피 정복해야할 몇가지 전공 분야들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또하나의 전공을 배우는데 너무 주저하지 마라. 드디어 글에 모순 발견. 새 전공으로의 도전은 너무 주저하지도, 너무 성급하지도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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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포기하면 편해’란 짤도 있지요…(…)

이 글을 제목을 보고 ‘전공을 바꿔 대학원에 합격하는 팁’을 기대했던 분들이라면 많이들 실망하셨을 것 같다. (사실 이 블로그의 취지가 얕은 팁을 공유에 있진 않다.)  ‘경력있는 신입사원만 뽑는‘ 대학원 선발의 딜레마를 깰 방법은 사실 많지 않다. 학부 때 필요한 관련 “경력”을 쌓지 못했다면, MOOC(온라인 공개강좌)가 되었든, 개인적인 GitHub 프로젝트가 되었든, 연구실 인턴이 되었든, 회사 경력이 되었든, 다양한 방법으로 관련 연구 경력을 쌓고 기록을 남기는 방법 외엔 뚜렷한 왕도가 없다.

그래도 한가지 기억하셔야 할 점은, 어떤 일을 하기 위해 내가 준비해야할 것은 다양한 입시조건 충족이 아니라 실제 그 일을 하는 것이란 점이다. 예를 들어 딥러닝과 관련하여 대학원을 진학하고 싶다면 경쟁자들보다 더 높은 학점, 더 높은 영어점수, 더 훌륭한 인터뷰 스킬에 신경쓰기보다, 실제 딥러닝을 공부해보고 이에 대해 호기심을 키워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준비 방법이다. 시간을 투자해 실제 이론들을 공부해보고, 그것을 텐서플로우 등을 가지고 구현해보며, 이러한 공부 과정을 블로그든 GitHub든 기록을 통해 잘 보여줄 수 있다면, 해당분야의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일 역시 크게 어렵진 않을 것이다. 문제는 아직도 여러분이 실제 그 일을 해본적이 없다는 점이다.

“전공을 바꾸고 싶어요”

“꼭 그렇게 하시라. 다만 새 분야에 대해 그만큼의 열정을  보여주시라. 당신을 빛나게 하는 것은 당신의 조건이 아닌, 당신의 의지와 노력과 열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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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thoughts on “전공을 바꿔 대학원에 가고 싶어요”

  1. 딱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글이네요!
    저도 글과 비슷한 처지라서 더 와닿는군요…
    관심분야 또한 비슷한것 같구요 ㅎㅎ
    제1전공을 버리지 않고 융합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영학이 가지는 범용성이 여기서는 오히려 득이되는것 같아요.
    제2전공 통계학을 복수전공 하는 방법을 택했는데.. 제 열의가 학점에까지 잘 반영될지 사실 고민입니다만.. 열의를 어필할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다양하게 찾아봐야겠군요

  2. 현재 학부 전공 (1전공)과 다른 전공 (2전공)으로 대학원에 있는 학생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2전공을 하고싶어서 라기보다는, 1전공을 2전공에 응용 시키는 연구를 하고 싶고 (버리기 아깝잖아요), 2전공이 정확히 어떤 곳인지 알고 싶어 대학원을 지원할때 다른과를 지원하였습니다.

    장점 – 2전공 내에서 남들과 차별화 될 수 있고, 그들이 1전공 사람들에게 필요한 부분들을 채워줄 수 있다.
    단점 – 교수님이 1전공을 아주 잘 알지 않는 이상 제대로 된 지도를 받기 힘들고, 2전공을 학부때 부터 한 학생들과 경쟁하면 뒤쳐지기 쉽다.

    저는 개인적으로 과를 옮기면서 여기도 저기도 전문성이 없는 학생이 된것 같은 느낌이 들어 다시 1전공으로 돌아갈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조언 – 만약 다른전공으로 대학원에 붙으신다면, 꼭 그 학교의 커리큘럼이 어떻게 되는지, 박사 시험은 어떻게 치루는지, 1전공 적용을 원하신다면 내가 일하고 싶은 교수님이 내 분야에 전문성이 조금이라도 있으신지, 잘 준비 하신 후 결정하시는걸 추천합니다.

    1. 요즘 이 문제로 고민하게 된 석사 3기 원생입니다
      언론을 전공했고 스포츠로 석사를 왔는데
      언론과 스포츠의 융합, 스포츠를 통한 사회 변화를 연구하겠다는 포부를 품고 왔는데
      현실은 참 다르네요
      지도를 받기는 하지만 뭔가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는못하는 지도
      제 연구분야에 관심이 크게 없는 지도교수님
      박사도 스포츠를 계속해서 전공하려고 했는데, 이 고민을 끝냈고 확고하게 결정했다고 생각했는데,
      연구원 인턴에 새롭게 들어와보니 다들 말리네요.. 잘 생각해보라고
      글도 그렇고 작성하신 분 덧글도 참 와닿아 덧글 남깁니다

  3. 저는 전공을 여러번 바꿨습니다.

    학부 물리 전공, 철학 부전공
    석사 재료공학
    박사 경제
    박사 전기전자공학

    완전히 다른 전공들을 했었죠. 성적은 오히려 제일 첫 전공이 제일 안 좋았습니다. 그래서 바꿨을지도 모르죠.
    경제학은 꽤 오랜시간 했지만 쓰레기같은 supervisor를 덕분에 미래가 안보여 포기했습니다.

    지금 하는게 재미없으면 바꿔야죠. 내 인생인데.
    취업하기 위해 하는 전공이라면, 유망한 곳으로 바꾸면 좋아요. 적성에 맞지 않아도 돈이나 벌면 되죠.
    솔직히 애초에 적성 같은 것 잘 없어요. 100년 전만 해도 전세계가 농사꾼인데,
    3세대만에 온 인류가 다양한 적성을 가질리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 수 많은 똑똑이들이 적성 무시하고 의사/변호사 하는거 보면 알 수 있죠.
    얼마 전에는 서울대 치대 미달 났다던데, 치과 졸업 후 돈이 안되서라고 하네요.

    저는 재미있는 것을 찾고 싶었습니다.
    50세가 되어서 후회하지 않을 일을 찾고 싶어서 전공을 바꿨습니다.

    천체망원경 이름의 주인공 허블은 법학 공부 후 법률가 활동, 후에 천문학 박사 진학
    현존 세계 최고의 물리학자 중 한 명인 프린스턴의 에드워트 위튼은 언론학 전공 후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다 물리로 전향
    패러다임 전환의 창시자 토마스 쿤도 물리학 박사 이후에 전향, 버클리에서 사회학 교수 역임

    천재들만 하는건 아니고, 누구나 바꿀 수 있어요.
    대신 자본가, CEO, 꼰대들은 회사의 부속품을 원하기 때문에 한 가지 잘 하는 사람을 선호해요.
    특히 한국에선 이것저것 관심 많고 똑똑해 보이는 사원을 좋아하지 않아요.

    전공을 바꾸는 팁은… 글쎄요.
    마이클 조던이 농구하다 야구/골프한 이유/방법이 뭐였을까 저도 궁금한데,
    전공을 바꾸는 경우는 대부분 선배도 없고, 따라할 방법도 잘 없습니다.
    지나고 나면 내가 만든 내 자부심 넘치는 히스토리인데
    사실 진학 당시에는 뭘 안다고 기웃대는 놈 정도인거죠.
    돈도 없고 빽도 없고, 그래서 돈을 많이 빌려서 지금도 갚고 있고, 겨우겨우 따라 잡느라 밤도 자주 새죠.

    1. 오.. 정말 제게 힘을 주는 글입니다.
      저는 학부때 한국에서 수학, 통계학을 전공하고 마이너로 미술사학을 한 뒤
      현재 석사로 호주에서 actuarial science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석사 첫 학기 파이널시험을 앞두고 다음학기를 이 전공으로 다녀야하나.. 하는 고민과 함께
      나는 왜 꾸준히 한 전공만을 밀고나가지 못하는 걸까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었는데
      다시 마음 붙잡고 final공부를 할 수 있을 것만 같네요.

      학부때도 경영학, 철학을 기웃기웃 거리다가 한참 졸업을 늦게했는데
      지금도 역시나 문학, 정치, ECON쪽을 기웃기웃거리다가 본 전공도 제대로 못하고있습니다..
      전공 외에 잡 지식만 늘어가는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지만
      한 편으론 관심가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 모르는 채로 두고싶지 않은 마음이 너무커서 어쩔 수가 없네요 하하.

      돈 생기면 바로 학비내야하고 비싼 전공책 사 모으기 일쑤인데다,
      저렇게 공부하는데도 아직 뚜렷한 무엇 하나 없는 미운 딸이라 부모님께는 항상 죄송한데다
      밖에서는 잘 놀 줄도 모르고, 아니 애초에 학교에 있는게 더 마음이 편한 꽉 막힌 20대일지언정
      재밌는거 하고 사느냐는 질문에는 언제나 YES인 20대이기도 합니다..ㅎ

      +)
      제 먼 미래의 꿈은 석사졸업 후 영주권 따고 학비 저렴해지면 천체쪽 물리학으로 학교를 다시 들어가는건데,
      북반구와는 다른 남반구의 밤하늘에 하루하루 설레서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싶기도 한 요즘입니다.

      해리포터의 나오는 헤르미온느의 시간을 돌리는 시계가, 저에게는 언제가 갖고싶은 물건 1순위이죠..!

    1. 누군가에겐 좋은 경험글이 될 수 도 있어요! 걱정하지마세요 ㅎㅎ
      알리바바 마윈 사장님도 ㅋㅋ 대기업과 중소기업 장단점 말씀하셨었는데 맞는거 같네요ㅋㅋ

    2. 잘 읽었어요! 지우지 마세요~~
      저는 화학 학부전공 후 교육학으로 석사 졸업하였는데, 남들은 왜 화학교육 전공을 안했냐고 하지만 가장 충만하게 대학원 생활을 보낸 제 선택을 믿어요.
      길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거니까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3. 지우지 마세요!! 학부 졸업도 안하고 대학원 다른전공으로 계획하고있는 3학년 입니다! 진짜 너무 큰 도움이 됐어요ㅜㅜ!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요! 개인적인 경험 공유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4. 전공바꾸고 학교까지 바꾸어 대학원에 진학하면 2중고에 한동안 시달리게 되죠.. ㅠㅠ
    겪어본 1인..
    그때 나만의 무기가 있으면 적응/생존/발전에 큰 도움이 됩니다.
    예를들어 어학이 탁월하거나 연구에 필요한 통계툴이나 프로그램언어에 능통하거나 아니면 체력이 황소같아서 몇날며칠 밤을 새도 거뜬하거나..ㅎㅎ
    이런 실용적인 대책을 미리 준비하고 전공/학교 바꾸기를 하면 진짜진짜 왕유리.

  5. 저는 전공 바꿔서 대학원 진학한 경우인데 나름 잘 풀렸다고 생각합니다. 운이 정말로 좋았던 셈인데요.

    저는 학부 졸업과제가 ‘Kalman 필터를 이용한 비행체 자세 측정과 Yaw Damper 설계’ 였습니다.
    가속도 센서와 자이로 센서의 신호를 Kalman 필터에서 처리해서 Pitch와 Roll을 측정합니다. 지자계 센서로 Yaw 축을 보정해서 자세측정을 할 수 있게끔 만들었구요.
    비행기 모형을 만들어서 모형에다 잡동사니를 덕지덕지 붙여 난류를 만들게 하고 선풍기를 틀어서 Yaw축에 진동이 발생하게 한 다음 High-pass로 진동 성분만 추출해서 그 진동의 역방향으로 비행기를 제어하는 것 까지가 전체 설계 목표였죠.
    측정과 제어는 모두 Atmega에서 할 수 있게끔 코딩도 했구요.

    절반은 성공하고 절반은 실패했습니다. 자세측정은 어느 정도 되었는데 제어가 불가능하더라구요.

    첫번째 문제는 Yaw축 진동을 감지하고 그 역방향으로 제어신호를 보내는데 발생하는 시간차 때문에 Yaw축 변동이 누적되서 비행기 모형이 아예 돌아가버리는 문제구요. (아마 이건 Yaw damper 전용 Atmega를 추가해서 계산시간도 줄이고 Sampling Rate도 늘리면 될 거 같았는데 실제로 해보지는 못 했습니다)

    두번째 문제는 아마도 개인적으로는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지만 진동신호를 추출할 때 주파수 필터의 응답특성을 고려하지 않은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뭐 여튼 졸업과제 자체는 시원하게 망했지만 이 어마어마한(?) 난이도 덕분에 실패했는데도 교수님들께 박수받고 졸업했지요.

    지금은 전혀 다른 분야인 경제학에서 박사과정 중인데요.

    Kalman 필터 관련 자료를 찾다가 경제학자들도 이걸 쓰는걸 보고(무려 한국은행 자료에서) 계량경제학 수업을 찾아가서 듣고 교수님 찾아가서 질문하고 하다가 제가 그 내용에 빠져서 경제학 대학원에 왔습니다.

    처음에는 난리가 났죠. 학부동기들은 깍두기에 구멍뚫렸냐고 난리가 나고, 경제학 전공하고 대학원 진학한 친구들에 비하면 학점은 처참하게 낮구요.

    경제학 원론도 안 듣고 경제학 대학원에 들어온 기상천외한 친구였으니 수업은 처음에 따라가기 힘들구요.

    그래도 뭐 어쩌겠습니까 재미있는데요. 열심히 하다보니 박사 욕심도 생겨서 박사도 하고 뭐 그렇게 되더라구요.

    전공을 바꾸시려고 한다면 ‘나는 새롭게 진학하려는 전공에서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이걸 항상 생각하셔야 합니다. 이게 성공적인 대학원 생활을 위한 첫 번째 조건입니다.

    핵심역량이 있으면 즐거운 대학원 생활이 될테니 넘어가고
    역량이 없다면 (혹은 역량을 보여줄 무언가가 없다면) 그걸 배우고 보여주면서 어필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셔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 전공에 흥미가 도저히 안 생긴다면 빠르게 포기하세요. 지금 재미없는게 나중에 재미있어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시작할 때 열정없이 시작하면 그냥 흘러가듯이 생활하게 되고, 그저그런 대학원생으로 졸업도 못 하게 될 수 있으니까요.

    1. 잘 읽었습니다.
      말씀하신 부분중에 ‘핵심역량’이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감사합니다!

  6. 잘 읽었습니다.
    말씀하신 부분중에 ‘핵심역량’이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감사합니다!

  7. 저도 전공을 여러 번 바꿨습니다.
    학부: 미술대 회화과 중퇴, 컴퓨터과학과로 편입해서 졸업
    석사: 학과간 협동과정이라 학겨 안의 모든 과에서 고를 수 있어서 영상학과에서 3D영상 전공
    박사: 의대에서 해부학 전공
    박사: 분자생물학 전공
    현재 컴퓨터, 영상을 이용해서 분자생물학 연구를 하고 있으니 그동안의 전공을 모두 활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공을 바꿨다기보다는 스킬을 점점 추가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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