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지도교수 만나는 법

태웅의 이야기

지난 글 “나의 유학도전 성공 이야기”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특정한 “관문”에서 성공과실패가 판가름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고3학생은 대학입시 “관문”을 통과하느냐에 따라 성시공과 실패가, 취업준비생은 취직 “관문”을 통과하느냐에 따라 성공, 실패가 갈린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 “관문”을 통과했다면 그건 “이제 시작이시네요”란 뜻이지, 결코 “성공하셨네요”는 아닐 것이다. 유학도 마찬가지다. 나는 유학에 성공한 사람이 꼭 Winner이고 실패한 사람이 꼭 Loser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학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일단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합격기술을 연마에 안간힘을 쓰고 계시겠지만, 학교는 수단일 뿐, 진정 성공을 얘기하고자 한다면 내가 가고픈 길부터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유학 입시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좋은 학점, 영어성적, 자기소개서, 추천서, 지도교수 컨택 등이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게 있고, 그것을 향해 실제로 행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대학원 선택, 무엇이 중요한가

대학원을 진학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는 무엇일까? 학교? 전공? 장학금? 아니면 연구분야?

많은 고려 요소들이 있지만 나는 ‘어떤 지도교수를 만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하고싶은 연구분야’를 선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최악의 지도교수 밑에서 하고싶은 연구를 하는 것과 최고의 지도교수 밑에서 적당한 주제의 연구를 하는 것 중에 굳이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후자를 선택하고 싶다. 대학원생에게 지도교수의 존재는 마치 아기가 부모를 통해 세상을 배우는 것과 같아서, ‘어떤 지도교수를 만나느냐’에 따라 학계가 푸르른 바다처럼 보일 수도, 또는 더러운 시궁창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학원 생활의 푸르른 바다를 만나고 싶다면 좋은 지도교수를 만나는 것은 아마 필수요건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학교 이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지도교수=연구분야>장학금>학교’이어야 할 선택의 우선순위를 그 반대인 ‘학교>장학금>연구분야=지도교수’로 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명문대 안좋을 과를 갈래 아니면 후진대 좋은 과를 갈래?’의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하던 대학 입시 때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런 얕은 고민으로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 건 대학입시를 마지막으로 이별해야 하지 않을까…? 대학원을 간다는 것은 나의 미래 인생을 그리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이 단순히 스펙에 따른 줄세우기로 결정 되어선 안될 것이다.

물론 좋은 학교의 졸업장으로 받아 취업 만을 목표로 한다면 학교 이름을 우선시하는 선택도 나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석사/박사 졸업장에 새겨진 (학사보다 더) 좋은 학교 이름이 꼭 취직에 ‘효능이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것만을 목적으로 대학원에 진학하였다면 그것은 그저 취업을 위한 가방 끈 낭비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대학원 생활에 있어 졸업장에 새겨지는 학교 이름은 부수적으로 얻어지는 것일 뿐이어야지 그것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그리고 좋은 학교의 졸업장 만을 바라보며 ‘졸업만 시켜주세요’라고 바라는 대학원 생활은 그저 ‘전역만 시켜주세요’라는 군대 생활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일 수도 있다.

army
국방부 시계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줄 아니…

좋은 지도교수는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참고로 이 글은 본인의 생각에 의해 쓴 글이지만 최윤섭님의 글 "지도교수는 어떻게 골라야할까"와 배현진님의 글 "지도교수와 학생의 만남은 결혼과 같다."와 유사한 결론을 짓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생각은 다들 비슷하나 봅니다. 위의 두 글도 참 좋은 글들이니 함께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지도교수를 찾기 앞서 먼저 알아 두어야 할 점은 교수가 학부생을 대하는 모습은 자신의 대학원생들을 대하는 모습과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교수에게 있어 강의는 일종의 쇼와 같다. 그리고 학부생들은 그 쇼에 입장한 관객들이다. 잘 짜여진 각본과 연기력에 의해 좋은 연극을 펼친다고 해서 그 배우가 꼭 가정에서 훌륭한 사람은 아닐 수 있듯, 강의를 잘하는 교수가 꼭 대학원생들에게 좋은 지도교수는 아닐 수 있다. 그러니 보기 좋은 떡과 먹기 좋은 떡을 구분하자. 정말로 좋은 지도교수는 오히려 대외적인 노출(showing)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교수일 수 있다. 왜냐하면 외부에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수일수록 대외 노출(showing)을 위해 대학원생들을 더욱 쥐어짜고 학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학 전 지도교수를 잘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그 연구실에 들어가 인턴으로서 연구에 참여해보는 것이다. 이 때 처음부터 연구의 깊은 부분에 관여해 좋은 논문을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버리도록 하자. 처음 부여 받은 일은 아마도 선배 대학원생들의 시간을 아껴주기 위한 단순 조사(survey)나 반복 실험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학문적으로는 얻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을 수 있지만, 바로 곁에서 대학원생들의 고민과 삶을 간접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미래 계획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지도교수님이나 연구분야에 대한 대학원생들의 생각들을 듣다 보면 본인이 이 연구실에 오는게 맞을지에 대한 생각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단, 대학원생들의 엄살에 주의하자. 많은 대학원생들이 본인이 최악의 헬에 살고있다고 이야기하겠지만, 세상에 헬 아닌 곳이 없고 힘들다고 얘기 하지 않는 곳이 없다. 참고로 회사에 간 선배는 회사에 오지 말라고 하고, 대학원에 간 선배는 대학원에 가지 말라고 하는게 보통의 반응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연구실 인턴 생활을 하기 쉽지 않단 걸 잘 알고있다. 맘에 드는 교수님의 연구실을 고르는 것도, 교수님을 찾아가 인턴 자리를 요청하는 것도, 방학/계절학기/어학성적을 포기하고 연구실에 나가 무료 봉사를 하는 것도 나의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올인할 수 있는 그리 쉬운 선택은 아니다.

그럴 땐 적어도 그 연구실의 대학원생과 대화라도 나눠보자. 직접 아는 사람이 없다면 아는 사람의 소개라도 받아서 말이다. 타 대학으로의 진학을 목표로 한다면 이러한 대화의 기회를 찾기가 참 힘들 것이란 걸 알고있다. 그래도 꼭 해야한다. 지도교수가 아무 정보가 없는 학생을 뽑을 수 없는 것처럼, 학생 역시도 아무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지도교수와 한 배를 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연구실에 아는 사람이 없다면, 연구실 홈페이지에서 구성원 중 가장 인상이 좋아 보이는 몇 명에게 메일을 보내 보거나 아니면 무작정 (타대학이라도) 연구실을 찾아가 그곳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시도해보도록 하자. 그 어떤 행동도 아무 정보없이 내 인생을 맡기는 것보단 낫다.

필자가 서울대에 있을 떄의 경험을 비추어보면, 교수의 성격이 괴팍해 자대생이 잘 가지 않는 연구실이 주로 아무 정보가 없는 타대생 출신으로 채워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리고 이 학생들은 ‘그 랩에 누가 가’라는 곳에서 고생이 참 많은 것 같았다. 그러니 타대생 출신 멤버가 너무 많은 연구실을 기회의 땅으로만 보지 말고, 안좋은 사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은 의심해보자. (반면 타대생 출신 구성원이 많은 이유가 교수가 신임교수여서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거나 학교에 대한 편견이 적은 교수여서 그런 것이었다면 이러한 연구실들은 굳이 피할 필요가 없다.) 교수가 어떠한 사람인지 말로 잘 설명하기 힘들다면 아래의 그림을 해당 연구실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교수가 어떤 유형인지 물어보도록 하자.

00PItype2 (1) copy-
9가지 유형의 지도교수의 모습

어떤 유형의 지도교수가 좋을까?

말 나온 김에 위의 유형들에 대해 좀더 깊은 분석을 해보도록 하자. 위 그림에 나온 아홉가지 교수 유형 중 최선의 지도교수는 어떤 타입이고, 최악의 지도교수는 어떤 타입일까? 그래서 나름대로 순위를 한번 매겨봤다. 참고로 교수와 제자의 궁합은 제자의 성향과도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에 아래의 순위는 활발하고 주도적인 편인 필자의 입장에서 작성된 것임을 밝혀둔다.

9위 – 사이코

나는 일단 어느 유형이든 인간적 측면에서 실망을 안겨주는 지도교수는 실력과 상관없이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아동학대를 당하며 자란 아이가 나중에 부모가 되어 아동을 학대할 가능성이 크듯, 계속 실망스러운 지도교수의 모습을 통해 학계를 바라보다보면 본인도 그 모습을 닮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인간적으로 존경할 수 없는 지도교수는 대학원 생활 또는 그 이후의 미래를 생각하더라도 선택하지 않는 쪽이 좋다.

6위 – 노예주인, 구멍가게 주인, 느긋한 교수

세상 어느 일이든 그것들에 맞는 적정선이 있다. 내 생각에 노예주인은 대학원생에 대한 강요가 과해서, 반면 구멍가게 주인과 느긋한 교수는 의무를 다 하지않는 일종의 태업과 같아서 두 경우 모두 나쁜 케이스들인 것 같다.

굳이 꼽자면 노예주인이 조금더 나쁘다. 실제로 한국에는 이렇게 대학원생들을 노예처럼 부리는 교수들이 종종 있는데, 문제는 그들의 지도 방향조차도 틀릴 때가 많은 채 학생들을 이리로 저리로 휘두른다는 것이다. 이런 교수 밑에서 있다보면 본인이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잊은 채 퇴근만을 바라보며 살기 쉽다. 그러니 이런 지도교수들은 피하도록 하자.

구멍가게 주인과 느긋한 교수는 노예주인처럼 학생을 괴롭히지는 않는데, 반면 학생의 열정을 자연스레 소멸시키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다른 곳에 진학해 정상적인 지도교수를 만나고 나면 ‘연구가 이런거였어?’라며 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저 시간만 떼우려고 대학원에 간 것이 아니고, 또한 지도교수가 안빈낙도하는 모습을 보기위해 대학원에 간 것도 아니니 이런 교수들은 피하도록 하자.

5위 – 달변가

이 교수들의 장점은 본인의 연구를 아름답게 포장해줘 중요한 연구처럼 보이게하며, 이런 능력들을 바탕으로 과제비를 잘 따와 풍족한 연구실을 만든다는 것이다. 부모의 가장 큰 역할이 자식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이듯, 지도교수의 과제 획득 역량 역시 무시할 것이 되지 못한다.

반면 이런 교수들을 보고 배우다보면 진정한 학문의 길을 걷지 못하게될 때가 많다. 나도 어느새 ‘발표할 때 잘 포장하면 되지’라며 노력보다는 포장의 힘을 더욱 믿게되며, 쇼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연구로 본인의 연구가 격하될 수도 있다. 결국 그리 좋은 타입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4위 – 반쯤 신

반쯤 신은 매우 좋은 교수일 수도, 매우 나쁜 교수일 수도 있다. 만약 교수의 얼굴을 거의 볼 수 없다면, 그리고 나의 팀 리더(예를 들면 프로젝트를 같이하는 포닥)마저 그리 배울 점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는 ‘구멍가게 주인’과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유명한 랩의 일원으로서만 그냥 방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수와 대화를 할 수 있는 레벨이 된다면, 반쯤 신의 심오한 학문적 깊이를 이해하고, 그가 전세계에 걸쳐놓은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을만큼 본인이 실력자 레벨로 들어선다면 반쯤 신은 매우 좋은 유형의 교수 타입이 된다. 보통 학회를 가거나 졸업 후 취직시장에 나가면 지도교수의 이름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기 마련인데, 이 때 반쯤 신의 이름은 본인을 알리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된다.

2위 – 통제광, 과학 오타쿠

나는 석사생이라면 태업을 일삼는 교수보다는 오히려 통제광이나 과학 오타쿠를 추천하고 싶다. 교수는 분명 대학원생들보다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통제광/과학오타쿠가 하는 이야기들이 때론 성가시게 들릴 때도 많겠지만, 그들이 얘기하는 사소한 디테일들이 때론 연구결과에 큰 차이를 가져올 때가 많으며 그러한 배움은 논문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나는 통제광/과학오타쿠가 주니어 연구자들에겐 좋은 습관을 몸에 베게하는 좋은 지도교수 타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노예주인과는 구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통제광의 통제가 본인의 연구에 국한되어야지 사생활까지 넘어오면 안된다. 또한 많은 부분들에 대해 지도교수가 의견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왜 해야하는지 교수가 친절히 설명해주며 학생의 의견도 경청해주는 교수라면 이보다 금상첨화일 수는 없을 것이다.

1위 – 떠오르는 별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실력만 된다면 떠오르는 별이 쏘는 로켓에 탑승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지가 아닐까 싶다. 다만 떠오르는 별은 매우 바쁘기에 정신차리고 따라가지 않으면 낙오되기 쉬우며, 주변의 많은 실력자들을 보면서 좌절을 할 수도 있다. 그러니 마음 단단히 먹고 떠오르는 별의 꼬랑지를 잡아보도록 하자. 만약 본인의 실력이 아직 떠오르는 별을 쫒기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면, 나는 오히려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는 통제광/과학오타쿠가 더 낫다고 본다.

* 블로그 내용을 정리하고 다듬어서 책으로 발간하였습니다. 리디북스, 교보문고, Yes24,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등의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종이책/전자책 구매 가능합니다.

* 이 글들은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이야기들 페이스북 페이지 를 통해 팔로우 하실 수 있습니다.

– 엄태웅님의 [페이스북], [블로그(한글)], [블로그(영문)]
– 최윤섭님의 [페이스북], [블로그(한글)], [브런치(한글)]
– 권창현님의 [페이스북], [블로그(한글)], [홈페이지(영문)]

댓글

タイトルとURLをコピーしまし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