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대학원에 진학하여 첫 번째 연구 주제를 어떻게 선정하고, 그 주제에 대해서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해서 다뤄보았다. 이번에는 그 연구가 진행되어 첫 번째 논문을 쓰는 것의 중요성과 그 방법에 대한 부분을 강조해보려고 한다.
우리가 연구라는 것을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새로운 과학적인 발견을 하고, 기술을 개발하며, 이전에 인류가 닿지 않았던 미지의 지적 영역을 확장시켜나간다. 알지 못했던 보다 근본적인 원리를 파악해내고, 이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 아닐까.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현실적으로 우리가 하는 연구의 결과물은 논문이라는 형태로 귀결된다. 열심히 연구한 결과를 논리적으로 조리 있게 설명한 문서의 형태로 학계에 발표하는 것이다. 보통 논문으로 연구 결과를 출판했다고 하는 것은 연구 결과의 타당성, 중요성과 신규성에 대해서 학계에서 최소한의 인정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제대로 된 논문을 출판하기 위해서는 꽤나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친다. 이런 과정에서 심사위원(리뷰어)들이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연구, 중요하지 않은 연구, 그리고 기존의 연구 대비 새로울 것이 없는 연구 결과들을 걸러내게 된다.
사실 우리가 연구하는 목적을 논문으로 한정 짓기에는 지나친 감이 있다. 논문은 연구의 결과물로 얻어지는 것이지만 그 자체로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가 연구하는 이유는 보다 숭고하고 위대한 것이다. 하지만 논문은 우리가 하고 있는 연구의 중요성과 가치, 그리고 나의 연구 역량을 증명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대학원생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도 논문을 내지 못하면 졸업을 할 수 없다.
첫 논문을 무조건, 최대한 빨리 써라
나는 대학원에 갓 입학한 후배들에게 최대한 첫 번째 논문을 빨리 써보라고 조언한다. 되든 안 되든 그렇게 노력을 해봐야 한다. 가장 큰 이유는 논문을 출판하는 전체 과정을 일찍 경험해보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실험을 하는 능력과 논문을 출판하는 능력을 비슷할 것 같으면서도 실상은 매우 다른 영역이다.
보통의 경우 대부분의 대학원생들은 대학원 생활 내내 실험하고 연구에만 몰두하다가, 박사 말년 차가 되어서야 졸업을 해야 하니 그제서야 논문이라는 것을 써보려고 처음 시도하게 된다. 하지만 실험에 숙달되는 것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듯이, 논문을 출판하는 것에도 능숙해지기 위해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박사 말년 차가 되어서야 논문을 처음 써보려고 하면, 집필과 출판 과정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입장에서는 이게 한 번에 잘 될 리가 없다. 그래서 졸업은 더욱 기약이 없어진다.
실험을 마무리하는 것과 논문을 마무리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초보 연구자가 으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계획했던 실험이 끝나고 원했던 데이터를 모두 얻었다고 해서 연구가 마무리된 것은 결코 아니다. 이제부터는 논문의 작성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논문 쓰기: 글을 써야 한다.
자. 우리가 열심히 연구해서 원하는 모든 데이터를 얻었다고 해보자. 그러면 이제 논문을 써야 한다. 같은 실험 결과와 데이터를 놓고도 우리가 이를 어떻게 풀어내고 의미부여를 하며, 학계의 동료들을 설득할 것인지는 그 데이터를 얻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이다. 그것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서 그 데이터 자체의 의미와 중요성이 달라지기도 한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고등학생 때는 논술고사가 있었다. 주어진 주제에 대해서 나의 주장을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글을 써야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논문을 쓰는 것도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나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므로 논술과 비슷하다. 한국의 교육과정을 거친 많은 학생들은 글을 쓰는 것을 어려워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조리 있게 표현한다는 것인데, 우리 교육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을 습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교과 과정에서는 객관식 보기 중에 답을 골라내는 훈련을 받지만, 주관식에 서술형으로 답할 기회는 별로 없다. 고등학교 때 논술 고사를 어려워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에 비춰보면 논문이라는, 논술 고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논리적 완결성, 설득력, 타당성을 지닌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원했던 데이터를 모두 얻은 다음, ‘자, 이제 논문이라는 것을 한 번 써볼까?’ 하고 MS 워드를 켜놓고 모니터 앞에 앉았을 때의 그 막막함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아마도 더 큰 문제는 한글로 써도 어려운 이 글을 영어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학교에서는 졸업 요건으로 SCI 급 국제 저널에 출판하는 것을 요구한다. SCI 급 저널이라면 대부분 영어로 작성해야 한다. 논문에 들어가는 영어는 일반 영어회화에 쓰이는 표현들과는 상당히 다르다. 사실 이 논문에 필요한 영어 표현은 그리 다양하지 않고, 다소 정해진 표현들이 있어서 경험이 쌓이면 좀 익숙해진다. 하지만 역시 처음부터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와 같은 대부분의 독자들은 영어를 모국어가 아니라 학교에서 후천적으로 배운 외국어로 사용할 것이다. 그런 경우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어색한 표현이 없을 수 없으므로, 논문 작성 마지막에는 원어민에게 영문 표현을 첨삭 받는 과정을 또 거쳐야 한다.
논문 쓰기: 그림도 그려야 한다.
글을 쓰는 것이 다가 아니다. 논문에 들어갈 그림이나 그래프, 표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논문은 단순히 글로만 내 연구 결과를 설명하지 않는다. 내 결과와 주장을 효과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서는 그림과 그래프의 역할이 매우 크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며, 아무리 글로 설명하는 것보다, 논문 전체의 컨셉을 보여 줄 수 있는 그림 하나가 더 큰 임팩트가 있다.
같은 데이터를 놓고도 어떤 글을 쓸지에 대해서도 무수히 많은 방식이 존재하듯이, 같은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서 그림이나 그래프를 그리는 방식에도 무한히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어떻게 하면 내가 얻은 결과와 내가 하고 싶은 주장을 좀 더 효과적으로 그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는 또한 디자인에 대한 예술적인 감각도 필요한 일이다. 논문에 글을 쓰기 위해서 작가가 되어야 한다면, 그와 동시에 우리는 미술가도 되어야 한다.
논문 그림(figure)을 그리기 위해서는 엑셀 등의 간단한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많은 연구자들은 보다 전문적인 컨셉이나 멋진 그래프를 그리기 위해서 일러스트레이터 등 더 고난도의 프로그램을 활용하기도 한다. 우리는 과학자이지 디자이너가 아니므로 일러스트레이터 등을 사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선배들의 연구실 책장에 일러스트레이터 책들이 한 권씩은 다 꽂혀 있는 이유를 이제 알게 되었을 것이다.
서브밋과 리비전하기
열심히 글을 쓰고 그림과 그래프를 그려서 논문을 다 작성했다고 하자. 이제는 또 다른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논문을 저널에 투고(submit)하고 심사위원(reviewer)들에게 심사를 받아서, 논문의 부족한 점들을 수정(revision) 해나가는 과정이다. (투고, 심사위원, 수정이라는 표현보다는 서브밋, 리뷰어, 리비전이라는 표현이 더 일상적으로 쓰이므로 이 표현을 쓰도록 하겠다.)
논문을 서브밋 하려면 무엇보다 어느 저널에 도전해볼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좁은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주제를 폭넓게 다루는 네이처, 사이언스 같은 정상급 유명 저널을 노려볼수도 있고, 보다 더 세부적인 분야를 다루는 저널에 도전할 수도 있다.
저널의 중요도는 흔히 임팩트 펙터(impact factor)라고 불리는 인용지수에 의해서 결정된다. 쉽게 말하면 합격자의 수능 점수에 따라서 국내 대학의 서열이 대략 정해지듯이, 저널들 사이에서도 임팩트 팩터에 따라서 대략적인 순위가 정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 인용이 많이 되는 논문일수록 임팩트 팩터가 높아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점수에, 즉 저널들 사이의 등수에도 약간씩의 변동이 생긴다.
논문을 서브밋할 때 보통은 내 연구의 실질적인 중요도보다 약간 높은 저널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안 되더라도 한 번 문을 두드려보자는 마음도 있고, 혹시나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만약 논문의 퀄리티가 해당 저널의 수준에 턱없이 모자라면 저널의 편집자 (에디터)가 며칠 내로 거절(reject) 답장을 준다. 에디터가 이 논문 정도라면 한 번 심사해볼 필요는 있겠다고 하면 학계의 전문가들을 심사관으로 하여 세부적인 검토 과정에 들어가게 된다.
만약 에디터가 리젝하든, 심사위원이 리젝하든, 리젝(개제 거절)을 당하면, 이번보다 약간 낮은 저널에 다시 서브밋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혹은 리젝을 당하지 않고, 리뷰어들이 논문에 부족한 점들을 알려주면서 수정(revision) 후 다시 서브밋하라는 연락이 올 수도 있다. 수정을 요구하는 부분은 완전히 새로운 실험을 추가하라는 것부터 단순한 철자 오류에 이르기까지 폭넓고도 다양하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리비전 기간은 보통 두 달 정도인데, 이 기간 동안 다시 보충 실험을 하고, 결과를 얻어서, 다시 논문을 서브밋하면 다시 재심사를 받게 된다. 리뷰어들이 지적한 사항을 충분히 설득력 있게 대응했다면 이제 논문은 수락(accept)이 된다. 반대로 수정한 한 결과가 충분하지 못하다면 추가적인 리비전을 요구 받거나 심한 경우에는 (그렇게 공들여서 리비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리젝을 당할 수도 있다.
간단히 순서도로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 이론적으로는 서브밋->리젝->서브밋의 무한루프에 갇힐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무한루프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경우 한 큐에 서브밋을 하고 리비전이나 리젝 없이 어쎕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만약 리비전도 없이 한 큐에 어쎕되면, ‘에이 한 단계 더 높은 저널에 서브밋해볼껄…’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특히 리비전을 하는 이 기간이 정말 피를 말린다. 내 논문의 논리적인 허점이나 부족한 데이터를 리뷰어들이 속속들이 지적하고 (특히 내가 숨기고 싶은 약점들을 리뷰어들은 귀신 같이 찾아낸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데이터를 제한된 시간 내에 빠르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리뷰어의 날카로운 지적에 어떠한 논리와 실험으로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전략도 중요하다. 이런 부분은 상당히 전략적이고 테크니컬한 측면이 있다.
전체 과정을 경험해보기
이렇게 실험을 끝마친 이후에도 논문을 쓰고, 제출하고 리비전을 하는 완전히 새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는 실험을 할 때와는 또 다른 역량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는 직접 겪어봐야만 비로소 체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내가 첫 논문을 빨리 써보라는 조언에는 이런 전체 과정을 최대한 빨리 겪어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나는 운 좋게도 이러한 과정을 남들보다 빨리 했다. 학부 때 이미 했기 때문이다. 학부 연구 참여를 하면서 나는 Bioinformatics라는 당시 임팩트 펙터 6점 정도짜리 저널에 학부 졸업 논문을 출판하겠다는 무모한 계획을 세웠다. 나름대로 학부 마지막 학년을 열심히 연구해서 논문을 쓰고, Bioinformatics 저널에 내 논문을 서브밋하고, 리뷰어 세명의 심사까지 받았다.
그 결과는 어찌 보면 당연하게도 리젝이었다. 나는 그 리젝 메일을 받을 때의 그 큰 실망감을 아직 기억한다. 너무도 자세하고 신랄하게 내 논문이 가지는 약점을 지적해놓았는데 당시에는 정말 쥐구멍에 숨고 싶을 정도로 내상이 컸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보기에도 턱없이 낮은 수준의 논문이었는데도 말이다.
아무튼 학부 때 이렇게 연구하고, 그것을 정리하여 논문으로 쓰고, 리뷰까지 받아보는 경험을 한 것은 나중에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별다른 생각 없이 대학원에 있다 보면 이런 경험을 박사 말년 차에나 하게 된다. 그때 가서 이 경험을 하는 것은 너무 늦다.
방귀도 자꾸 뀌어야 똥이 나온다
이런 경험을 빨리 해보라는 또 다른 이유는 연구를 일단락하는 경험을 쌓기 위해서이다. 진행하는 연구는 어딘가에서 끊고 마무리를 한 다음에 넘어가야 한다. 한동안 연구했던 주제에 대해서 논문을 출판하면서 내 연구의 한 부분을 일단락하고, 후속 연구로 계속 진행하는 것이다. 연구를 잘 마무리하는 것도 실력이며 경험이 필요하다.
연구 결과가 조금씩 쌓일 때마다 그 결과를 (임팩트 팩터가 아주 놓은 저널이 아니라도) 논문으로 차곡차곡 출판하는 사람이 있고, 작은 논문 몇 개로 나갈 결과들을 차곡차곡 모아 놓았다가 소위 빅 저널에 큰 것 한 방을 터뜨리려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연구를 처음 하는 입장에서 첫 논문으로 네이처나 사이언스를 쓰기는 극히 어렵다. 작은 논문을 계속 차근차근 출판하면서 경험이 쌓이면 나중에 큰 것 한 방을 노려볼 수도 있는 것이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고, 방귀도 자꾸 뀌어야 똥이 나온다. 방귀도 안 뀌고 바로 큰 똥을 싸기는 실로 매우 어렵다.
리비전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동일한 지적을 받더라도, 그 지적에 어떤 방식으로 우리 논리를 방어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테크닉적인 부분이 있다. 즉, 요구하는대로 다 고스란히 다시 데이터를 만들 수도 있고, 아니면 가래로 막을 일이라도 더 작은 호미로 영리하게 막는 방법을 떠올릴 수도 있다. 리비전도 자꾸 하다보면 실력이 늘어난다.
첫 논문을 내고 나면
장담하건대 논문이 나오는 시기는 당신의 계획보다 훨씬, 훨씬 늦을 것이다. 아무리 많은 변수를 고려하고 보수적으로 계획을 잡았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특히 첫 논문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나도 그랬다. 나도 내가 실험 계획부터, 리비전까지 전체 과정을 주도했던 논문이 결국 출판되기까지는 계획보다 2년이 넘는 시간이 더 걸렸다. 여러 저널에서 차례로 리젝트를 세 번 당했고, 출판한 저널에서도 세 번에 걸친 리비전으로 추가 실험과 논문 수정에만 장장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이는 내가 생각했던 계획과는 완전히 딴 판이었다. 처음 시작할 때 그렇게 긴 세월이 걸릴 줄 알았으면 그 과정을 과연 시작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일단 논문을 한 번 내보고 나면 연구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아… 이게 이런 거구나’, ‘이 바닥이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하는 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논문을 자꾸 써보면 전체 과정에 대해서 갈수록 익숙해지기 때문에 그 과정이 보다 수월하게 느껴진다.
더 좋은 것은 실험 계획을 세우고, 연구의 전체 구조를 만들 때에도 논문으로 마무리할 것을 고려하면서 하게 된다. 어떤 스토리가 논문으로 쓰기에 좋을 것인지를 알게 된다. 또한 실험을 하고 데이터를 만들면서도, 혹은 논문에 문장 표현을 쓰면서도 내가 만약 리뷰어라면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를 가늠하게 된다. 연구를 시작하고 진행하면서 이미 논문을 마무리할 것까지도 능숙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과정에 익숙해지게 되면 내가 원래 세웠던 논문 출판 계획보다 늦어지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다.
연구자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도 내가 첫 번째 논문에 대한 수락(accept) 메일을 받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길고 길었던 리비전 기간으로 지칠 대로 지친 상황에서 이번에도 안되면 어떡하나 고민하던 나날이었다. 연구실에서 늦게 기숙사로 돌아와서 침대에 누워 메일만 한 번 더 확인하고 자야지…하고 무심코 메일함을 열었는데 교수님께서 포워딩해주신 수락 메일이 띵 하고 떴던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번쩍 들면서 만세를 불렀다. 내 첫 번째 논문이 세상에 나오던 순간이었다. 임팩트 팩터도 별로 높은 논문도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중요한 한 걸음이었다. 지난했던 논문 작성과 리비전 과정이었던 만큼, 그 이후에는 나도 연구를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다.
아무튼 논문을 쓰는 것에는 실험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역량과 기술이 필요하다. 그 역량과 기술은 논문을 직접 출판해볼 때만 체득할 수 있으며, 이후 논문을 내면 낼수록 더 능숙해진다. 이런 경험을 대학원에 들어간 이후 최대한 빨리 해보도록 하자.
* 블로그 내용을 정리하고 다듬어서 책으로 발간하였습니다. 리디북스, 교보문고, Yes24,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등의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종이책/전자책 구매 가능합니다.
* 이 글들은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이야기들 페이스북 페이지 를 통해 팔로우 하실 수 있습니다.
– 엄태웅님의 [페이스북], [블로그(한글)], [블로그(영문)]
– 최윤섭님의 [페이스북], [블로그(한글)], [브런치(한글)]
– 권창현님의 [페이스북], [블로그(한글)], [홈페이지(영문)]
댓글